기사검색

[돌직구 인터뷰] 이스라엘 여군 전역자를 만나다

"우리 국기가 서울 시위현장에서 펄럭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가 -가 +

이상석
기사입력 2017/10/17 [14:46]

▲ 이스라엘 여군 (출처: 해외 트위터리안)     © 시빌포스트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어느 평일 저녁, 미국풍으로 실내를 꾸민 이태원의 한 팬케익레스토랑에서 이스라엘 여군 전역자를 만났다.

 

34세의 지바(Ziva)씨.

우리나라에도 이미 많이 알려졌듯이 이스라엘은 남자 3년 이하, 여자 2년의 의무병역복무기간이 존재한다. 

대선정국 초기 문재인, 이재명 등의 후보들이 자신의 병역 공약을 펼치던 시기와 맞물려 '왜 우리는 이스라엘처럼 여자들에 대한 병역의무가 없나'라는 이슈가 예상밖으로 널리 회자되어 한동안 언론과 SNS를 달군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아예 청와대 웹사이트 '국민청원 및 제안'에 '여성 의무병역복무 법률개정' 정식청원이 올라 누계 12만3천여명의 참여인원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 이스라엘 여군 전역자 지바씨     © 시빌포스트

 

지바씨는 20세에 입대하여 22세에 제대했다고 한다.

자신이 워낙 어릴 때라 대세에 따라 큰 고민 없이 입대했었던 것 같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국가안보 현실이 위중한 지역이다 보니 기피하고 싶다든가 혹은 편한 보직을 받고 싶다든가 하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몇 가지 가벼운 신변잡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조심스럽게 여군 관련하여 세계 여러 나라가 처한 공통된 문제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스라엘 군대 내 성범죄 현황이 어떠한지 물었더니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따금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야외에서 벌어지는 비박(bivouac)훈련기간 또는 병영 밖에서 간혹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다고 한다. 상명하복의 군대명령체계 하에서는 어느 나라나 계급우위를 악용한 비열한 성범죄행위가 근절될 수 없음을 실감했다. 우리 나라도 무척 심각한 상황이라고 얘기해주자 이미 세번이나 한국을 방문한 이 유태인 싱글여성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반응하였는데, 한국 땅에 뿌리 깊게 박힌 남존여비 사상을 조금이라도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불현듯 들었다. 

 

화제를 돌려 올해 개봉한 영화 'Denial(나는 부정한다)'에 대해 물어보았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영국의 극우 역사가와 지루한 법정싸움을 벌인 끝에 보란듯이 승리한 유태계 미국여류작가의 실제 사건 전개과정을 긴박하게 그린 수작이다.

그가 영화를 보지 못했다길래 간단한 줄거리를 설명하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모든 팩트와 역사기록과 증인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부인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답했다. 

 

▲ 수구시위현장의 이스라엘국기 (출처: 중앙일보)     © 시빌포스트

 

이윽고 준비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가뜩이나 커다란 동공을 더욱 확대하면서 그 그로테스크한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지구 반대편의 타인종 국가 수도 한복판에서 자국 국기가 극우수구 시위자들에 의해 휘날리는 걸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귀를 쫑긋 세우고 미동도 없이 이스라엘 국기가 펄럭인 이유를 듣고 있는 그의 표정은 이런 기현상에 대해 소감이랍시고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무척이나 난감해하는 것만 같았다. 

난생 처음 본 그 황당한 사진을 자국 친구들과도 공유하면서 또 얼마나 측은지심과 조소의 감정을 저마다 쏟아낼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와 그의 자국 친구들이 여전히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과 선호도를 가진 채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 각 지역의 특징 등을 자신의 기억속에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 즐거이 수고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나마 다행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결국 지바씨와의 짧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든 생각은, 허다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더 다양한 국가들로부터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 내면 어디엔가 이방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으리라는 믿음이었다. 

 

그저 침묵하는 다수에 불과했던 소시민 하나 하나가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마침내 천지를 진동하는 수백만 집단지성의 대오로 연대하여 잔학한 천민자본주의에 휘둘렸던 70년 압제의 시절을 청산하고 인본주의 존엄성과 공동선의 성취라는 숭고한 가치 아래 결집함으로써, 끝내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도 거악 적폐정권을 끝장내버린 세계 근현대사 3대시민혁명으로 승화하지 않았던가.

기층민중들의 대의를 결집시키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전체주의적 국가체제에 갇힌채 살아 가는 수십억 세계인들에게 필경 그 어떤 신기루와도 같은 울림마저 주었으리라는 상념마저 드는 밤이 서서히 깊어가고 있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시빌포스트. All rights reserved.